안스베이커리 고구마몽블랑 케이크 1호

기념일이 되어 케이크를 만드느냐 사느냐 고민을 하다가 만들 줄 아는 건 생크림 케이크뿐이니 이번엔 다른 케이크 좀 먹어보자 생각했다.

어디 빵집의 무슨 케이크를 살까 탐색하다가 안스베이커리의 고구마몽블랑 케이크가 눈에 딱 들어왔다.

나는 몽블랑에 쓰이는 마론크림-밤크림이 너무너무 좋다.

십여 년 전, 일본에서 처음 몽블랑 조각 케이크를 먹고 그 맛에 반해서 조각 케이크를 살 때는 꼭 몽블랑을 하나씩 샀었다.

귀국한 직후에는 국내에 조각 케이크를 파는 가게가 흔치 않아서... 점점 조각 케이크를 파는 곳이 늘어난 뒤에도 몽블랑을 파는 가게가 흔치 않아서... 좀처럼 몽블랑을 먹을 기회가 없었다.

그렇게 기억 저편에 잊혀져 가던 몽블랑인데, 검색하다 보니 안스베이커리에서 고구마몽블랑이라는 이름의 케이크를 팔고 있었다.

그냥 몽블랑이 아니라 앞에 고구마가 붙어있는 게 조금 걸리긴 했지만, 고구마 무스도 좋아하는 편이기에 곧바로 구매를 결정했다.

송도 안스베이커리에 전화해서 문의하니 고구마몽블랑 케이크는 원사이즈로 1호 밖에 없다고 해서 1호 사이즈를 예약했다.

코로나19로 계속 집에만 있었는데, 날씨도 괜찮겠다 오랜만에 산책도 할 겸 라마랑 같이 안스베이커리까지 살살 걸어갔다.

 

안스베이커리 케이크와 빵들.

 

매장에 도착하니 역시 눈 앞에 진열된 다른 빵들도 구미를 당기는지라 주섬주섬 조금 구매하고 예약한 고구마몽블랑을 받아왔다.

송도 안스베이커리 고구마몽블랑 케이크 1호 - 32,000원

 

안스베이커리 고구마몽블랑 케이크 1호.

 

상자에서 꺼낸 고구마몽블랑 케이크의 빛깔은 영롱했다...

케이크 위에 마론크림이 가지런한 줄무늬를 그리며 덮여있었고 그 정상에 반짝이는 밤 세알은 옆에 꽂힌 꽃장식이 무색할 정도로 아름다웠드아...

 

판 초코가 오히려 밤 세알을 가리는 방해물 같다...

 

사진을 찍는데 마론 크림의 달달한 향이 올라와서 케이크를 자르기도 전에 입안에 침이 고이는 느낌이었다.

 

송도 안스베이커리 고구마몽블랑 케이크 단면.

 

칼로 슥슥 자르고 보니 마론 크림은 케이크의 상단에 얇게 덮여있었을 뿐이고 속에는 생크림이 한가득이었다.

기대했던 마론 크림 양이 생각보다 적어서 살짝 시무룩했지만, 생크림이 입에서 부드럽게 살살 녹고 딱 좋은 단맛이라서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기분 좋아지는 고구마몽블랑 한 조각.

 

마론 크림-얇은 생크림층-케이크 시트-생크림-고구마 무스-케이크 시트 순서였는데, 마지막 바닥의 케이크 시트 쪽은 설탕시럽을 발랐는지 조금 많이 달았다.

바닥 쪽 케이크 시트는 남기고 마론 크림~고구마 무스까지만 포크로 슥슥 잘라내어 먹으니 은은한 단맛이 너무 좋았고, 마론 크림 향과 고구마 무스 향의 콜라보도 괜찮았다. (남긴 바닥 케이크 시트는 나중에 우유랑 같이 먹었음)

밤 조림도 달달하니 맛있었고... 마론 크림 양이 내 희망사항보다 다소 적었던 것만 제외하면 아주아주 만족스러운 케이크다.

6조각 내기에 적절한 크기였는데, 냉장고에 넣으면 음식 냄새 빨아들일까 봐 케이크 상자 채로 비닐에 담아 밀봉한 채 냉장고에 넣고 라마랑 둘이서 하루에 한 조각씩 3일에 걸쳐서 다 먹었다.

3일째에 먹은 마지막 한 조각까지도 너무너무 맛있었다.

 

 

 

 

#. 케이크 1호 크기를 키워드로 들어오는 사람이 종종 있는 듯해서 덧붙인다.

 

일반적으로 제과점에서 사용하는 원형 케이크 규격은 1호가 지름 15cm, 2호 지름 18cm, 3호 지름 21cm, 4호 지름 24cm, 5호 지름 27cm로... 1호부터 지름이 3cm씩 커진다.

 

높이는 정해진 규격이 없어서 케이크마다 제각각인데 제일 평범한 기본 케이크 높이는 약 5cm 정도라고 보면 된다. (높은 케이크는 10cm 높이도 있다) 

 

경험상으로 얘기하자면 보통의 기본 케이크 1호 사이즈는 두 사람이서 양껏 먹을 수 있다. 

 

1호 사이즈를 4명이서 먹는다면 딱 커피 마실 때 조각 케이크 하나 곁들이는 느낌의 양이다.

 

안스베이커리의 고구마몽블랑 1호는 돔 형태라서 보통의 납작한 케이크보다 높이가 높고 양이 좀 더 있었기에 6조각을 내서 먹었지만, 납작한 케이크였다면 우리도 4조각을 내서 먹었을 터였다.

 

만약 사람이 5~6명인데 구입하려는 케이크 높이가 높으면 2호 사이즈, 납작하면 3호 사이즈가 적당할 것이다. (물론 다들 케이크를 양껏 먹고 싶어 하면 그 이상의 사이즈로...)